반갑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장보러 준비하고 문을 여는 순간 갈등이 지속됐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을 하면서 일기를 써야하는 악마의 계약에 집에서 나가기 싫은 욕구를 짓밟고 나가버렸다.
오늘은 무, 애호박, 두부를 사 왔다. 채소가 금값이다.
분명 1개에 500원인 애호박이 2000원이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 듯하다. 식재료를 아껴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 떠들었는데 진짜 딱 그 상황이 찾아왔다.
다들 냉장고 정리를 철저히 하며 혹시나 미라가 되고 있을 식재료를 구출해서 반찬으로 환골탈퇴하게 하라.
그래서 오늘은 뭘 만들거냐 하면은...
두부조림이다.
정말 본인이 요리를 해본적도 없고 자신이 없으며 "너 진짜 요리하면 큰일 난다"라고 들어본 사람들에게도 너무 쉬운 요리가 두부조림이다.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주겠다.
잘 따라와라.
먼저 일단 가정에서 요리하는 남자사람이고 센스가 별로 없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보통 레시피 올려주는 블로그는 모든 재료를 준비해서 사진하나에 담아두고 보기 쉽게 정렬하는데 나는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들에게 보기 쉬운 세팅을 해주시지만 나는 먼가 그런 것들이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재료가 정해져있는 공식도 없고 그냥 이거 넣으면 맛있겠다 하면 넣으면 된다. 괜히 모든 재료 다 찾고 사오고 하면서 힘 다 빼고, 돈 쓰고, 시간낭비하고, 머 하나 빼먹고, 뒷정리 똑바로 안할거면 그냥 보이는대로 하면 된다.
이제 진짜 시작한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가성비 레시피다.
1. 두부를 물을 빼서 본인이 먹고 싶은 크기로 썰어라
나같은 경우는 사진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보통 지우개 크기로 썰었다.
2. 고춧가루 : 간장 : 물엿 : 설탕 = 2 : 3 : 1 : 1
이렇게 양념장을 만들어서 섞어라.
기호에 맞춰서 달게 먹고싶으면 설탕, 걸죽한 양념을 원하면 물엿, 짜게 먹고 싶으면 간장, 맵게는 청양고추를 어슷썰어서 넣어라.
참고로 양념장의 치트키는 쇠고기다시다를 넣어먹으면 된다.(일단 난 넣지 않았다. 없어서...)

3. 냄비, 궁중팬, 프라이팬 아무거나 써도 좋다.
예열이 된 팬에 기름을 두르고 파기름을 만들고 집안에 남아있는 고기를 넣어주면 좋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참고로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면 두부썰고 양념장을 만드는 시점에서 미리 불을 중불에 켜고 기름을 두르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4. 재료들을 한쪽으로 몰아두고 썰어둔 두부를 팬에 붙이듯이 깔아라.
기름은 두른 상태이고 두부는 정말 웬만해선 절대 타지 않는다. 만약 태웠다면 그냥 요리를 하지 마라...
내가 궁중팬을 사용한 이유가 팬이 둥글어서 두부를 붙이기 편하게 때문에 사용한 것이다.
두부를 깔았으면 재료들을 두부 위에 올려주면 끝

5. 이제 양념장을 확 부어버려라.
양념장 잔여물이 아까우니 밥그릇 이 꽉 찰 정도로 물을 담아서 부어주면 된다.
만약 물을 넣지 않으면 두부조림이 아닌 두부구이가 될 수 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었으면 뚜껑닫고 오래 조리면 된다.

6. 두부의 색이 물들었으면 다 된 것이다.
밥이랑 먹으면 진짜 밥도둑이다.

정말 이거 만드는데 총 15분 걸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 내가 사용한 식기도구는
양념장 섞은 밥그릇 1개, 궁중팬 1개, 두부 썬 도마, 주걱이 끝이다.
총 6단계까지 있었는데 15분 동안에 위에 사용한 식기도구들을 설거지 할 시간은 충분하다.
요리에서 기본은 위생, 안전이지만 내 생각엔 뒷정리도 매우 중요하다. 항상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안그래도 좁은 가정주방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자.
이만 나는 밥 먹었으니 간다.
다들 한번쯤은 도전해보자.
고맙다.